읽고 싶은 시

꽃이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 도종환

윤소천 2014. 4. 28. 10:00

 

                     

 

 

 

피었던 꽃이 어느새 지고 있습니다

화사하게 하늘을 수놓았던 꽃들이

지난 밤 비에 소리없이 떨어져

하얗게 땅을 덮었습니다

꽃그늘에 붐비던 사람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화사한 꽃잎 옆에 몰려오던 사람들은

제각기 화사한 기억 속에 묻혀 돌아가고

아름답던 꽃잎 비에 진 뒤 강가엔

마음 없이 부는 바람만 차갑습니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살아가야 할 날들만 길고 멉니다

꽃 한 송이 사랑하려거든 그대여

생성과 소멸 존재와 부재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아름다움만 사랑하지 말고 아름다움 지고 난 뒤의

정적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올해도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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