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가보지 않은 길 앞에서 / 홍윤숙

윤소천 2014. 2. 17. 06:30

 

 

 

 

 

우리는 왜 가보지 않은 길 앞에 서면

 

마음 설렐까

 

그 길에 뜨는 해는 무엇이 다른가

 

큰 숲에 이르는 작은 숲이 있고

 

숲길 사이로 냇물 흐르고

 

냇물 건너 마을엔

 

어진 사람들 모여 살 것 같은

 

따뜻한 화덕에 활활 불 피워놓고

 

낯선 나그네들 융숭히 맞이할 것 같은

 

그 길 위에 하나의 세계가 다가오고

 

다가와 눈부신 아침을 열고

 

해와 달 별들이

 

새로운 날을 열 것 같은

 

 

 

악보처럼 늘어선 나무들이

 

어린 풀들 무릎에 안고 춤추는 길

 

실바람 머리칼 나부끼며

 

누구나 한번은 가보지 못한 길 위에 서서

 

세상을 여는 또하나의 열쇠를

 

가슴 두근거리며 두 손에 쥐어본다

 

그러나 열쇠는 이윽고 녹이 슬고

 

그 길도 지나온 길과 다를 것 없음을

 

희망과 실망은 언제나 손등과 손바닥 같은

 

허망한 것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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