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없애고 차나 한잔 들어라
눈을 없애고
찻잔에서 우러난 작은 새 한 마리
하늘 높이 날아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라
지금까지 곡우를 몇십년 자나는 동안
찻잎 한번 따본 적 없고
지금까지 우전을 몇 천년 만드는 동안
찻물 한번 끓여본 적 없으니
손을 없애고 외로운 차나 한잔 들어라
발을 없애고 천천히 집으로 돌아가
첫눈 내리기를 기다려라
마침내 귀를 없애고
지상에 내리는 마지막 첫눈 소리를 듣다가
홀로 잠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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