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차나 한잔 / 정호승

윤소천 2014. 2. 15. 06:02

 

 

 

 

입을 없애고 차나 한잔 들어라

 

눈을 없애고

 

찻잔에서 우러난 작은 새 한 마리

 

하늘 높이 날아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라

 

지금까지 곡우를 몇십년 자나는 동안

 

찻잎 한번 따본 적 없고

 

지금까지 우전을 몇 천년 만드는 동안

 

찻물 한번 끓여본 적 없으니

 

손을 없애고 외로운 차나 한잔 들어라

 

발을 없애고 천천히 집으로 돌아가

 

첫눈 내리기를 기다려라

 

마침내 귀를 없애고

 

지상에 내리는 마지막 첫눈 소리를 듣다가

 

홀로 잠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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