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수상

성급과 나태 / 구 상

윤소천 2014. 10. 20. 07:55

 

 

 

 

20세기 문학의 가장 중요한 개척자의 한 사람인,

독일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는 현대인의 죄악을

< 성급(性急)과 나태(懶怠)>라고 갈파했습니다.

언뜻 들으면 의아해지지만 좀 곰곰이 생각하면

실로 탄복할 명언이라 하겠습니다.

 

즉 현대인들은 삶의 성취나 이상의 달성을,

그 준비의 노력이나 성숙을 고려하지 않고 성급히 획득하려 들며

또한 이러한 성급함이, 자신의 삶이나 이상을 향한 노력을

손쉽게 포기하거나 나태 속에 빠지게 한다는 얘기입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오늘의 우리 젊은이들,

특히 우리 학생들의 사고와 행동 역시 저러한

성급과 나태를 범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그들의 현실에 대한 비난과 반감을 이해 못하는바 아니지만

과연 그들이 행동에 나아가 오늘의 현실을

개선시킬 능력의 준비가 되어있으며

또 자기들이 나설 시기인지 아닌지의 여부가

고려되고 있는 것인가 ?

 

냉엄성을 지니고 객관적으로 이를 판별할 때

그것은 역시 자기들의 준비에 대한 노력과 시기에 대한

성숙에 인내심이 없는 성급한 욕구요,

나아가서는 자기들의 본분에 대한

나태라 아니 할 수가 없습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그 현 실태란,

그 시대를 짊어진 세대들의 지적, 정서적,

의지적 능력의 총량으로써 결정됩니다.

물론 거기에는 역사적, 타력적(他力的) 요소가 없지 않지만

그것에 대한 요리 능력 역시 그 세대들의

저러한 지정의(知情意)의 총량이 좌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령 현실이 아주 조악하다면

그것은 그 현실을 담당한 세대들의

저러한 능력의 빈곤에서 오는 것으로,

만일 그런 조악한 현실의 개혁이나 개선을 요한다면,

말할 것도 없이 보다 월등한

지적 능력과 순화된 정서와 견고한 실천의지를 갖추고,

또 거기에다 그 시기의 성숙을 기다려서 발휘하지 않으면

그것을 성취할 수 없음은 명백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능력의 축적이나

그 능력을 발휘할 시기의 객관적 고려가 없이,

현실에 대한 반감만 가지고 충동적 행동에 나아간다면

그야말로 성급과 나태를 되풀이 하는 것이 될 뿐입니다.

 

이 시간 우리 앞에 벌어진 크고 작은 모든 세상살이가

실패작으로 보이고 시행착오로 여겨지는 것은

순수한 이상 추구자인 여러분이나 시인인 나나 동감입니다.

 

그래서 더욱 나는 내일로 닥칠

그대들의 시대를 위하여

오늘의 그대들은

보다 깊은 예지와 기량을

갈고 닦아 주길 절원(切願)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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