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수상

유일신 / 구 상

윤소천 2014. 10. 16. 08:44

 

유  일  신

 

 

 

 

 

 

올 봄, 우리 시인 한 분이 세상을 떠났을 때 얘기인데,

그분은 병석에서 기독교로 귀의하고 임종하였습니다.

장례 때는 나도 마침 중병을 치르고 있어서 문상도 못하였다가

생전 그와 가까웠던 승려시인(僧侶詩人)들이

49제 불공을 올린다기에 참예를 하게 되었는데,

 

그날 아침 미망인이 전화로 호소해 오기를

< 이거 어쩌면 좋지요? 지난번 장례식 때도 영구 앞에서

스님시인들이 염불을 하려는 걸, 저희 교회 목사님이

안된다고 막으셨는데, 이제 또 49제 불공을 드렸다면 아주

이단(異端)이라고 교회에서 저희 유족을 규탄할 텐데요 >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 그건 그분들의 몰지각에서 오는 오해이니

괘념하실 것이 없습니다.

실례를 하나 들면 고 육영수 여사께서는

세상이 다 알다시피 불교신자이셨는데,

그 분 장례식 때 서옹(西翁)스님이

독경을 하신 것은 물론이지만,

기독교 개신교의 한경직 목사님도

가톨릭의 김수환 추기경도 기도를 하시는 것을

우리는 보았지 않습니까?

 

어디 그 뿐인가요.

그 후 매년 제일에는 누가 공양을

드리는지는 모르지만, 가톨릭에서도 그분을 위한

위령미사(즉 제사)를 지내고 있답니다.

 

이렇듯 고인을 위해

후인들이 제 나름대로의 신심으로 신령한 힘,

즉 진리를 우러러 축원을 바치는데

무엇을 꺼려한다는 말입니까?

 

실상 하느님과 부처님이라는 낱말은 다르고,

그 표현이 내포하는 뜻도 다소 다르지만,

결국은 진리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생명의 원천을 일컬음이 아니겠어요?

 

그리고 진리가 여럿이 아니고, 오직 하나라는 것이

유일신(唯一神) 신앙이라고 나는 생각 합니다 > 라고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은 일이 있습니다.

 

하기는 나의 이 말을 듣고도 또 대경실색(大驚失色)해서

나의 기독교적 유일신관을 의심하고

또 힐난해 올 교인이나 성직자들이 없지 않으리라고 보나,

 

나는 오히려 그런 사람들에게 또 다시

< 오직 하나이신 하느님을 사람이 가르지 말라 >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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