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綺語)의 죄
나는 대학시절 전공이 종교학이었습니다.
당시 일본대학 종교학과의 교육과목이라는 것은
불교과목이 그 중심이어서 내가 기독교인으로서는
비교적 불교의 세계에 이해를 지닌 것은 그때
3년간 받은 불교 강좌 덕분입니다.
저러한 대학 강의 중, 때마다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우송원체(友松圓諦)라는 교수가 < 불교개론 > 시간에
십악업도(十惡業道)를 설명해 가던 중, 기어(綺語)의 항목에 이르러서
< 이야말로 종교가나 문학가들이 가장 범하기 쉬운 죄악이다.
눈으로 보고 주워 읽고 귀로 듣는 소리는 있으니까,
자기 경지는 살피지 않고
비단 같은< 기자(綺子)는 훈(訓)이 비단 기임 > 말만 번드르하게 해서
혹세무민(惑世誣民)을 일삼을 뿐 아니라 자기 죄업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 는 갈파였습니다.
나는 그때 이미 문학에 뜻을 두어 시작(詩作)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문학과 종교의 일치된 생활을 꿈꾸고 있던 터라 그 말씀에
직지통봉(直指痛棒)을 당하는 느낌이었고, 그 후
일생을 소위 문필생활로 지내오면서 해마다 자신이
기어의 죄를 범하고 있구나 하는 가책에 전율하곤 합니다.
그래서 이 글 역시 내가 먼저 기어를 범하는지도 모르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옳고 착하고 아름답고 거룩하기까지 한
말씀들이 풍성하기 짝이 없는데, 왜 그 말씀의 알맹이들은
공전하기만 하는가 하는 반문을 해보며
저 우송교수의 강의를 상기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렇듯 옳고 착하고 아름답고 거룩한 말을 하는
종교가나 문학가, 또는 사회 각계 지도자들이
자기가 세상에 내놓는 말대로만 실천 생활을 한다면
우리의 모든 세상살이는 대번에
밝은 방향으로 길이 열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령 숫자적으로 나타나는 한국의 불교도, 기독교도
및 기타 종교의 신도들이 그들이 입담은 바,
그들의 교리나 교의를 어느 정도만
자기 생활 속에 발휘한데도, 우리 사회의 도덕적 타락상은
자연적으로 시정이 되고
치유가 될 것이 틀림이 없습니다.
경상도 사투리에
< 쎄(혀-舌)가 만발이나 빠질 놈 >
이라는 욕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행실이 없이 옳고 착하고 아름답고
거룩하기까지 한 말을 입 담고 외치며,
기어의 죄를 거듭하다가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져
< 쎄가 만발이나 빠지는 형벌 >을
당하지 않을까 두려워해야 할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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