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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에서 / 이해인

1. 산을 향한 내 마음이 너무 깊어서 산에 대한 이야기를 섣불리 하지 못했다. 마음에 간직한 말을 글로 써 내려고 하면 왜 이리 늘 답답하고 허전해지는 걸까. 2. 나무마다 목례를 주며 산에 오르면 나는 숨이 가빠지면서 나의 뼈와 살이 부드러워지는 소리를 듣는다. 고집과 불신으로 경직되었던 나의 지난 시간들이 유순하게 녹아내리는 소리를 듣는다. 3. 산에서는 시와 음악이 따로 필요 없다. 모든 존재 자체가 시요 음악인 것을 산은 나에게 조금씩 가르쳐 준다. 날마다 나를 길들이는 기쁨을, 바람에 서걱이는 나무 잎새 소리로 전해 주는 산. 4. 내가 절망할 때 뚜벅뚜벅 걸어와 나를 일으켜 주던 희망의 산. 산처럼 살기 위해 눈물은 깊이 아껴두라 했다. 내가 죽으면 편히 쉴 자리 하나 마련해 놓고 오늘도 조..

읽고 싶은 시 2014.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