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인의 마음 / 고은
“우리는 시의 육친입니다”라고 내가 말했다. 술이 옴짝달싹 못하게 익어 가고 있었다. “우리는 술의 혈육입니다”라고 그가 말했다. 8월 17일 밤 남산 허리의 하얏트 호텔의 만찬장에 였다. 이산가족 방문단 북쪽 인사들과 서울의 내빈들이 어우러져 만원을 이루었다. 나는 당연히 북쪽 계관 시인 오영재와 한동안 부둥켜안은 몸을 풀지 못했다. 10년 전 남북작가회담의 좌절로 만나지 못한 북쪽 작가 5인 중의 한 사람이던 그를 기억한다. 당시 그가 판문점 회담 장소에 와서 라 는 시를 써서 남쪽 작가 5인의 빈자리를 노래한 적이 있다. 2년 전 15일 간의 북한 편력 중에도, 두 달 전 남북정상회담 수행 때에도 그를 만날 수 없었다. 그러나 남과 북의 두 시인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속으로만 서로 만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