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어떤 은유 / 황동규

윤소천 2014. 3. 31. 19:56

 

 

 

 

이제 무얼 더 안다 하랴.

저 맑은 어스름 속으로 막 지워지려 하는

무릎이 안개에 걸려 채 사라지지 않고 있는

저 조그만 간이역簡易驛,

안개 밖으로 잘못 얼굴 내민 코스모스 몇 송이

들켜서 공중에 떠있다.

한 줄기 철길이 숨죽이고 있다.

아 이 찰나 이 윤곽, 어떤 추억도 끼여들 수 없는,

새 한 마리 그림자처럼 느릿느릿 지나간다.

윤곽 모서리가 순간 예민해지고

눈 한번 감았다 뜨자

아 가벼운 지워짐!

이 가벼움을 나는 어떤 은유,

내 삶보다 더 X레이 선명한,

삶의 그릇 맑게 부신, 신선한 물음으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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