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다시 산에 와서 / 나태주

윤소천 2024. 8. 1. 09:31

 

 

세상에 그 흔한 눈물

세상에 그 많은 이별들을

내 모두 졸업하게 되는 날

산으로 다시 와

정정한 소나무 아래 터를 잡고

둥그런 무덤으로 누워

억새풀이나 기르며

솔바람 소리나 들으며 앉아 있으리

멧새며 소쩍새 같은 것들이 와서 울어 주는 곳

그들의 애인들꺼정 데불고 와서 지저귀는

햇볕이 천년을 느을 고르게 비추는 곳쯤에 와서

밤마다 내리는 이슬과 서리를 마다하지 않으리

내 이승에서 빚진 마음들을 모두 갚게 되는 날

너를 사랑하는 마음까지

백발로 졸업하게 되는 날

갈꽃 핀 등성이 너머

네가 웃으며 내게 온다 해도

하나도 마음 설레일 것 없고

하나도 네게 들려줄 얘기 이제 내게 없으니

너를 안다고도

또 모른다고도

숫제 말하지 않으리

그 세상에 흔한 이별이며 눈물

그리고 밤마다 오는 불면들을

내 모두 졸업하게 되는 날

산에 다시 와서

싱그런 나무들 옆에

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하늘의 천둥이며 번개들을 이웃하여

떼강물로 울음 우는 벌레들의 밤을 싫다하지 않으리

푸르디 푸른 솔바람 소리나 외우고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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