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부처님 오신 날 / 이해인

윤소천 2024. 5. 20. 08:14

 

 

 

 

부처님 당신께서 오신 이 날

세상은 어찌 이리

아름다운 잔칫집인지요!

당신의 자비 안에

낯선 사람 미운 사람 하나도 없고

모두가 친구이고 가족입니다

모두가 도반이고 애인입니다

세상이란 둥근 연못 위에

한 송이 연꽃으로 피고 싶은 사람들이

연꽃을 닮은 꽃등을

거리마다 집집마다 달고 있네요

 

절망을 넘어서는 희망

미움을 녹이는 용서

분열을 메우는 평화만이

온 누리에 온 마음에 가득하게 해 달라고

두 손을 활짝 펼쳐 등을 달고 있네요

그 따뜻하고 진실한 염원의 불빛들이 모여

세상을 환히 밝혀줍니다

이웃을 행복하게 해 줍니다

때로는 힘겨워 눈물 흘리면서도

각자가 최선을 다하는 삶의 자리에서

부처님을 닮게 해 달라고

성불하게 해 달라고

정결하게 합장하며

향을 피워올리는 이들의

어진 눈길을 사랑합니다

맑은 음성을 사랑합니다

 

부처님,당신께서 오신 이 날

세상은 어찌 이리 겸손한 도량인지요!

산처럼 깊고 바다처럼 넓은

당신의 자비 안에서

사람들은 서로 먼저

감사하다고 두 손 모으네요

서로 먼저 잘못했다 용서 청하며

밝게 웃을 준비가 되어있네요

진정 사랑으로 거듭나면

정토가 되는 이 세상

오늘은 당신 친히

가장 큰 연꽃으로 피어 나

그윽하고 황홀한 향기로

온 세상을 덮어주십시오

웃음을 잃은 어둔 세상에

거룩하고 환한 웃음으로 오시어

우리를 기쁨으로 놀라게 해 주십시오

부처님 오신날은 또한 우리의 생일

평범한 일상에서 충만한 법열을 맛보는

날마다 새날 날마다 좋은 날

청정한 마음으로 가꾸어

청정한 삶 이루어가게 해 주십시오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 속 샘물 / 김옥애  (0) 2024.05.28
5월에 / 김옥애  (0) 2024.05.24
세 월 / 이해인  (0) 2024.05.17
행 복 / 헤르만 헤세  (0) 2024.05.12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 정호승  (0) 2024.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