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각들이 은밀하게 환해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길이 어루만지는 대로
날선 각도가 차츰 등글어지고 있다
분양과 임대 두 아파트 단지 사이
뻣뻣이 버티고 선 담장 쓰다듬어 주자
날선 시멘트 테두리가
비로소 긴장 풀고 단잠에 빠져든다
담장 위 손가락질 세우는 철조망 끝마다
흰 벙어리 장갑을 끼워주는 저 섬세한 손길
곡선을 사랑하는 그 누가
시퍼렇게 벼린 각들을 감싸고 있다
알같이 둥근 마음 환기 시키고 있다
세상이 정한 몹쓸 각 때문에
산산조각 조각난 무수한 가슴들
조용히 나지막이 다독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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