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숨은 손길 / 서승현

윤소천 2023. 10. 18. 14:08

 

 

 

예각들이 은밀하게 환해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길이 어루만지는 대로

날선 각도가 차츰 등글어지고 있다

분양과 임대 두 아파트 단지 사이

뻣뻣이 버티고 선 담장 쓰다듬어 주자

날선 시멘트 테두리가

비로소 긴장 풀고 단잠에 빠져든다

담장 위 손가락질 세우는 철조망 끝마다

흰 벙어리 장갑을 끼워주는 저 섬세한 손길

곡선을 사랑하는 그 누가

시퍼렇게 벼린 각들을 감싸고 있다

알같이 둥근 마음 환기 시키고 있다

세상이 정한 몹쓸 각 때문에

산산조각 조각난 무수한 가슴들

조용히 나지막이 다독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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