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대빗자루 소리 / 전석홍

윤소천 2023. 10. 20. 20:01

 

 

 

 

동틀 무렵 앞마당

어둠 쓸어 내는 대빗자루 소리

싹, 싹, 나를 깨우면

눈 비비고 일어나

툇마루에 무릎 끓고 책을 읽는다

 

책 읽는 소리에

귓볼 곧추세운 할아버지

조금이라도 더듬거리면

'꽁깍지 엮듯 읽는다' *

후려치는 목청이 내 귀때기를 때린다

 

은밀히 연습해 두었다가

시냇물 흘러가듯 줄줄 읽어가면

책 읽는 소리에 맞추어 

스악 - 스악 - 흙마당을 쓸어 낸다

 

고향 사립 들어서면

빗자루 소리 내 귓속 맴도는데

대나무들만

휘휘 온몸을 흔들어 나를 반긴다

 

 * 더듬더듬 읽는다는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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