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틀 무렵 앞마당
어둠 쓸어 내는 대빗자루 소리
싹, 싹, 나를 깨우면
눈 비비고 일어나
툇마루에 무릎 끓고 책을 읽는다
책 읽는 소리에
귓볼 곧추세운 할아버지
조금이라도 더듬거리면
'꽁깍지 엮듯 읽는다' *
후려치는 목청이 내 귀때기를 때린다
은밀히 연습해 두었다가
시냇물 흘러가듯 줄줄 읽어가면
책 읽는 소리에 맞추어
스악 - 스악 - 흙마당을 쓸어 낸다
고향 사립 들어서면
빗자루 소리 내 귓속 맴도는데
대나무들만
휘휘 온몸을 흔들어 나를 반긴다
* 더듬더듬 읽는다는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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