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
가파른 절벽을
벌벌 떨며 기어올라간
나팔꽃의 덩굴손이
꽃을 피웠다
눈부시다
성스럽다
나팔꽃은
하루 한나절을 피었다가
꼬질꼬질 배틀려 떨어지는 꽃
저녁 때 시들기 시작하더니
다음날 아침 자취조차 없어졌다
그러나 빈 자리
그 어떤 덩굴손이나 이파리도
비껴서 갔다
나팔꽃 진 자리
더욱 눈부시다
성스럽다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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