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나비와 나방 / 김효비아

윤소천 2022. 9. 11. 08:44

 

 

 

밤물결의 향기를 좋아한다는 너도

음엔 나비였다고 한탄을 했어

밤마다 날개를 접고 더듬이로 기어가다가

온 몸의 뼈마디가 쑤신 동료들끼리 만나서

가로등 아래에서 잠깐 한눈을 팔다가

이름표가 바뀌었을 뿐이라고 했어

 

잃어버린 한쪽 날개에 대하여 애통해 하거나

어깨 죽지에 실금이 가서 울먹거리는 나비들에 대하여

낮과 밤을 차별하는 정글의 법칙을 모르는 애송이라고

차마 귓속말을 하겠지

 

너는 나비의 눈물을 보지 못한 척해

나비는 꽃이 되려다 독버섯에 취하거나

여왕벌의 발톱에 숨을 죽이거나

장미가시에 찔리기도 한다는 걸

모를거야

 

우리의 공통점은 날개가 있다는 것과

더듬이와 페르몬, 그리고

늘 하늘을 동경한다는 거야

또 있어

우리를 세상에 보내준 어머니가 말씀하셨어

우리는 한 핏줄이라고

 

나는 너를 나비라고 부를 거야

너는 나에게 나방이라고 불러도 좋아

 

나비이거나, 나방이거나

우리가 태어난 날부터 사람들은 똑같은 꿈을 시작하지

바다에 갔다가도 하늘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어느 날

우리가 지구의 반대편을 돌아와서

낮과 밤이 나란히 배게를 베는 여명의 나라에서

함께 죽는다면 

너는 다시 나비로 

나는 다시 나방으로 태어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