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이제는 아담을 만나고 싶다 / 김효비아

윤소천 2022. 9. 18. 08:37

 

 

 

 

태초에 모든 언어는 아담이 지었다

 

나 오늘 밤 발가벗고 그대에게 가리

 

태초의 언어 중 가장 아름다운 한 마디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

하이데거가 지은 언어의 집에서 복화술을 배우며

옹알이하다 미쳐서 죽을 때까지

 

말의 부스러기로 만든 땟목을 밀고

언어의 집,

그 아롱지는 광휘의 은하수로 가리

 

아니, 아니, 그 전에

이 지상을 태운 돌개바람 때문에

가슴 속 소용돌이치는 불길일랑,

얼음을 깨문 혀로 핥으며

타락한 들개의 등을 타고 떠난 처녀성을 찿아서

 

나 오늘밤은 언어의 옷을 지어입고

존재의 치부와 자존심,

마지막 그 곳만을 가리고

아담이 기다리는 에덴동산으로 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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