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등 산
콧대가 높지 않고 키가 크지 않아도
자존심이 강한 산이다.
기차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그냥 밋밋하게 뻗어 있는 능선이,
너무 넉넉한 팔로 광주를 그 품에 안고 있어
내 가슴을 뛰게 하지 않느냐.
기쁨에 말이 없고,
슬픔과 노여움에도 쉽게 저를 드러내지 않아,
길게 돌아누워 등을 돌리기만 하는 산.
무슨 가슴 큰 역사를 그 안에 담고 있어
저리도 무겁고 깊게 잠겨 있느냐.
저 산이 입을 열어 말할 날이
이제 이를 것이고,
저 산이 몸을 일으켜 나아갈 날이
이제 또한 가까이 오지 않겠느냐.
저 산에는
항상 어디 한 구석이 비어있는 곳이 있어,
내 서울로 떠나가기만 하면
그곳에 나를 반가이 맞아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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