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무등산 / 이성부

윤소천 2014. 8. 4. 05:25

 

 

무  등  산

 

 


 

 

 

콧대가 높지 않고 키가 크지 않아도

자존심이 강한 산이다.

기차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그냥 밋밋하게 뻗어 있는 능선이,

너무 넉넉한 팔로 광주를 그 품에 안고 있어

내 가슴을 뛰게 하지 않느냐.

기쁨에 말이 없고,

슬픔과 노여움에도 쉽게 저를 드러내지 않아,

길게 돌아누워 등을 돌리기만 하는 산.

무슨 가슴 큰 역사를 그 안에 담고 있어

저리도 무겁고 깊게 잠겨 있느냐.

저 산이 입을 열어 말할 날이

이제 이를 것이고,

저 산이 몸을 일으켜 나아갈 날이

이제 또한 가까이 오지 않겠느냐.

저 산에는

항상 어디 한 구석이 비어있는 곳이 있어,

내 서울로 떠나가기만 하면

그곳에 나를 반가이 맞아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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