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슬픔의 나무 / 정호승

윤소천 2014. 7. 28. 06:22

 

슬픔의 나무

 

 

 

 


 

 

살아서는 그 나무에 가지 못하네

그 나무 그늘에 앉아 평생 쉬지 못하네

그 나무에 핀 붉은 꽃도 바라보지 못하고

그 나무의 작은 열매도 먹지 못하네

내 한 마리 도요새가 되어 멀리 날아가도

그 나무 가지 위에는 결코 앉지 못하네

나는 기다릴 수 없는 기다림을 기다려야 하고

용서할 수 없는 용서를 용서해야 하고

분노에 휩싸이면 죽은 사람처럼 죽어야 하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다 받아들여야 하네

그래야만 죽어서는 그 나무에 갈 수 있다네

살아 있을 때 짊어진 모든 슬픔을

그 나무 가지에 매달아놓고 떠나갈 수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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