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그쳤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합니다
비안개에 잠겼던 산은 어둠속에 몸을 묻습니다
소리 없이 내리는 비에 사과꽃 가뭇없이 지는 동안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다 버리셨는지요
저도 그 할머니에게서 떡을 사 먹었습니다
이제 막 솟아나는 붓꽃 꽃대를 꺾어
현재심에 점을 찍었습니다
허기와 목마름에도 솔직해야 하고
그래서 정직하게 노동해야 하고
업의 시작인 몸 그 몸의 목소리에도
있는 그대로 대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이를 데리고 가는 길이
등짐을 지고 늪으로 들어가는 일이라 하여도
그를 버리고 저만 강을 건널 순 없습니다
자식이 번뇌의 씨앗이란 걸 알지만
샤카무니께서 그러하셨듯 발 씻는 물과 물그릇을
산산조각내면서 꾸짖어 가르쳐서라도
데리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과 함께 물을 건너 강가에 이르지 않고
저 혼자만 꽃등을 밝힐 순 없습니다
내 이런 말과 마음이 카르마의 시작임을 압니다
그러나 내 몸이 업의 출발이라면
업의 끝도 거기 있지 않겠습니까
카르마의 바다 한가운데를 건너가야
카르마를 넘어설 수 있는 길이 있는 건 아닌지요
불을 꺼버리시군요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 행 / 정호승 (0) | 2014.08.12 |
---|---|
미소 / 정호승 (0) | 2014.08.11 |
고요한 강 / 도종환 (0) | 2014.08.06 |
무등산 / 이성부 (0) | 2014.08.04 |
흔들리는 별 / 황동규 (0) | 2014.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