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침묵하는 연습 / 유안진

윤소천 2019. 3. 29. 07:07



침묵하는 연습








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 비게 하는 가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내 안에 설익은 생각을 담아두고

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

때를 기다려 무르익히는 연습을 하고 싶다


다 익은 생각이나 느낌일지라도

더욱 지긋이 채워두면서

향기로운 포도주로

발효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

침묵하는 연습

비록 내 안에 슬픔이건

기쁨이건


더러는 억울하게 오해받는 때에라도

해명도 변명도 하지 않고

무시해버리며 묵묵하고 싶어진다

그럴 용기도 배짱도

지니고 살고 싶다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묵 언 / 윤행원  (0) 2019.04.10
심연(深淵) / 윤행원  (0) 2019.04.07
밤 기도 / 이해인  (0) 2019.03.28
봄 / 헤르만 헤세  (0) 2019.03.27
세상을 만드신 당신께 / 박경리  (0) 2019.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