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보통 법신(普通法身) / 황동규

윤소천 2014. 5. 6. 05:44

  

 

 


‘그대의 산상수훈(山上垂訓)과 청정 법신이 다른가?’

나무들이 수척해져가는 비로전 앞에서 불타가 묻자

예수가 미소를 띠며 답했다.

‘나의 답은 이렇네.

마음이 가난한 자와 청정 법신이 무엇이 다르지 않은가?’

비로자나불이 빙긋 웃고 있는 절집 옆 약수대에

노랑나비 하나가 몇 번 앉으려다 앉으려다 말고 날아갔다.

불타는 혼잣말인 듯 말했다.

‘청정 법신 보다 며칠 전 나에게 와서 뭔가 빌려다

빌려다 한마디 못하고 간 보통 법신 하나가 더 눈에 밟히네.’

무엇인가 물으려다 말고 예수는 혼잣말을 했다.

‘저 바다 속 캄캄한 어둠 속에 사는 심해어들은

저마다 자기 불빛을 가지고 있지.’

어디선가 노란 낙엽 한 장 날아와 공중에서 잠시 머물다

한없이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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