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다 닮은 촛불 / 신달자

윤소천 2014. 5. 8. 08:33

 

 


불을 켜면

바닥이 다 타버릴 것 같은

수명 다한

색색의 사연들

가녀린 뿌리 하나 남기고

오래 몸 사르다 갔다

몸을 비운 것들

상자에 가득하다


떨리는 불빛 하나와

떨리는 침묵의 말로

성심 다한 상견례 끝나면

저 강물 아래 흐르는 말

저 구름 아래 흐르는 말

말하지 않아도 말이 되는

그 촛불 속 응답

나 그로써 오늘

성한 사람으로 서 있다


녹아 내리는 것들은

비틀거리는 내 마음의

밑돌로 채워져

안을 밝히는 촛불 안으로 스며들어가

상생(相生)의 불로 다시 켜지는

말 없는 말

그리고 당신의 끄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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