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켜면
바닥이 다 타버릴 것 같은
수명 다한
색색의 사연들
가녀린 뿌리 하나 남기고
오래 몸 사르다 갔다
몸을 비운 것들
상자에 가득하다
떨리는 불빛 하나와
떨리는 침묵의 말로
성심 다한 상견례 끝나면
저 강물 아래 흐르는 말
저 구름 아래 흐르는 말
말하지 않아도 말이 되는
그 촛불 속 응답
나 그로써 오늘
성한 사람으로 서 있다
녹아 내리는 것들은
비틀거리는 내 마음의
밑돌로 채워져
안을 밝히는 촛불 안으로 스며들어가
상생(相生)의 불로 다시 켜지는
말 없는 말
그리고 당신의 끄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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