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 새순같이
부드러워 혼자 걸 수 없었던 내 발은
처음으로 혼자 섰을 때의
환호하는 어머니의 기억을 갖고 있다
시골 흙길과 들길을
발 부르트게 다닌 개구쟁이의 기억은
내가 알고 있는 일
서서히 내 발은 자라
고무신에서 하이힐을 신으며
세상을 밟고 살아오면서
고무에서 가죽으로 내 마음도 단단해졌다
오징어 배보다 더 큰 배를 신고 싶었다
비행기같이 하늘을 나는 높은 구두를 신고
어머니를 누르던 키 큰 사람들을
놀려주고 싶었다
날쌘 파도와 바람을 가르며
장부丈夫 같은 바람을 가르며
돛으로 깃발로 휘날리고 싶었다
그러나 꿈은 높고 발은 작아
온몸에 버거운 퇴적물만 쌓여
군더더기의 살들이 무거웠을까
자꾸만 한 문수씩 줄어드는 내 발
내 몸의 은근한 양심수인가
헛된 것의 하중을 내 발이여!
내가 스스로 알고 있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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