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작아지는 발 / 신달자

윤소천 2014. 4. 20. 07:06

  

 

           

                 

 

새봄 새순같이

부드러워 혼자 걸 수 없었던 내 발은

처음으로 혼자 섰을 때의

환호하는 어머니의 기억을 갖고 있다

시골 흙길과 들길을

발 부르트게 다닌 개구쟁이의 기억은

내가 알고 있는 일

서서히 내 발은 자라

고무신에서 하이힐을 신으며

세상을 밟고 살아오면서

고무에서 가죽으로 내 마음도 단단해졌다

오징어 배보다 더 큰 배를 신고 싶었다

비행기같이 하늘을 나는 높은 구두를 신고

어머니를 누르던 키 큰 사람들을

놀려주고 싶었다

날쌘 파도와 바람을 가르며

장부丈夫 같은 바람을 가르며

돛으로 깃발로 휘날리고 싶었다

그러나 꿈은 높고 발은 작아

온몸에 버거운 퇴적물만 쌓여

군더더기의 살들이 무거웠을까

자꾸만 한 문수씩 줄어드는 내 발

내 몸의 은근한 양심수인가

헛된 것의 하중을 내 발이여!

내가 스스로 알고 있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