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혼魂을 쫓다 / 황동규

윤소천 2014. 4. 16. 18:27

 

 


 

몇 봄째 홀가분한 매화 여행 꿈꾸었으나

매화 때면 늘 일터를 맴돌게 돼

이제는 꿈의 봄도 몇 남지 않았네.

토요일 오후 연구실 창밑이 환해 내려다보니

정원 청매靑梅 꽃 막 지고 있어

아 새봄이 막 가고 있어

내려가 천천히 걸으며 몸으로 꽃잎을 받았네.

요리저리 피해 땅에 떨어지는 놈이 더 많아

하나라도 더 받으려 몸을 자꾸 기우뚱거렸네.

이러다 내가 죽은 후

혼이 연구실 주변이나 맴돌지 않을까.

동료들 다 나가고 횅한 봄날 토요일 오후에?

두 손 설레설레 흔들어

혼을 쫓는 시늉을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