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봄째 홀가분한 매화 여행 꿈꾸었으나
매화 때면 늘 일터를 맴돌게 돼
이제는 꿈의 봄도 몇 남지 않았네.
토요일 오후 연구실 창밑이 환해 내려다보니
정원 청매靑梅 꽃 막 지고 있어
아 새봄이 막 가고 있어
내려가 천천히 걸으며 몸으로 꽃잎을 받았네.
요리저리 피해 땅에 떨어지는 놈이 더 많아
하나라도 더 받으려 몸을 자꾸 기우뚱거렸네.
이러다 내가 죽은 후
혼이 연구실 주변이나 맴돌지 않을까.
동료들 다 나가고 횅한 봄날 토요일 오후에?
두 손 설레설레 흔들어
혼을 쫓는 시늉을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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