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줄근한 마음 어디에고 걸 수 없을 땐
시인 안도현이 식전食前 산책길에
내소사 뒷산에서 골라 캐어준
복수초와 수선을 걸리.
검은 비닐 봉지 속에 맥놓고 늘어져
길 밀리는 고속버스에 실려와
주인이 혼곤해 이튿날 화분에 심긴 것들.
물을 주어도 흙 위에 쓰러져 꼼짝 않더니
하루 지나니 예가 어디지 고개를 들고
그 다음날 물 줄 때는 세수까지 했다.
며칠 후 복수초 꽃은 막 지고 있고
수선 셋 중 하나엔 꽃대궁이 고개를 내밀었다.
노자老子가 와보면 치우라고 하겠지만
지금 사람에겐 그것도 꿈이라
벌 나비가 안 와도 꿈이라
살다 속이 좁아진 시인에겐
한 번 쓰러졌다 다시 깨어난 건
그 어느 것도 다 제 명命 지닌 꿈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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