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정오의 바늘 / 신달자

윤소천 2014. 3. 30. 15:41

 

 

 

 

 

내게 주어진 생의 요철을 단 한 번도 건너뛴 적이 없다

지층의 갖은 장애를 맨가슴으로 문지르며

온몸으로 문지르며 보이지 않는 속도로

오직 한 곳을 향해 문신하듯 땅의 무늬를 새기며 간다

드디어 도달한 산정

 에귀유 뒤 미디*

배꼽과 배꼽이 포개지며 하나가 되는

하늘과 땅의 정점

반쪽과 반쪽이 온몸을 끌어 해진 살 다 녹아내리고

불멸의 한 가닥 뼈와 뼈로 만나는

정오의 바늘

잠시 껴안는 일 초의 미세한 시간을 뒤로 하고

일 초를 향해

다시 산정을 향해 요철 위를 문지르며 가는

어디까지라도 가야만 하는 내 마음의 바늘

나는 이 바닥을 기며 기며 너에게 닿으리

내 심장의 뼈로 오르고 올라

다시 아스라한 첨탑 그 정오의 한 찰나에 생을 묻으리.

 

 

        * Aiguile du Midi , 3842미터의 몽블랑 산정.

          ‘정오의 바늘’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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