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봄의 금기사항 / 신달자

윤소천 2014. 4. 7. 05:19

 

 

 

 

 

봄에는 사랑을 고백하지 마라

그저 마음 깊은 그 사람과

나란히 봄들을 바라보아라

멀리는 산 벚꽃들 은근히

꿈꾸듯 졸음에서 깨어나고

들녘마다 풀꽃들 소곤소곤 속삭이며 피어나며

하늘 땅 햇살 바람이

서로서로 손잡고 도는 봄들에 두 발 내리면

어느새 사랑은 고백하지 않아도

꽃 향에 녹아

사랑은 그의 가슴속으로 스며들리라

사랑하면 봄보다 먼저 온몸에 꽃을 피워내면서

서로 끌어안지 않고는 못 배기는

꽃술로 얽히리니

봄에는 사랑을 고백하지 마라

무겁게 말문을 닫고

영혼 깊어지는 그 사람과 나란히 서서

출렁이는 생명의 출항

파도치는 봄의 들판을

고요히 바라보기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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