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신 / 도종환

윤소천 2014. 3. 27. 07:35

 

 

                      

 

 청년시절 나는 공산주의의 이상에 빠졌습니다

젊은 나에게 정의와 평등은 거역할 수 없는 가치였습니다

그러나 어떤 모형을 사회에 강제로 도입하기 위해

인간적 가치들을 버려야 한다면 그것 또한 폭력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데 내 생애 전체가 걸렸습니다

내가 자유의 복구를 시작하였지만 이 이데올로기

공백을 자본의 물결로 덮어버리는 걸 찬성하진 않습니다

자유도 사람과 자연과 사회의 원리와 통합하면서 착실하게

길 밞아나가야 합니다 지금 우리 민중은 영감도 잃고

지도자도 잃고 변화에 참여할 마당도 잃었습니다 어려운 시대에

나는 농부였던 우리 부모가 내게 물려준 상식을 잊지 않았습니다

상식은 균형과 절제에 대한 감각이기도 합니다

흙에 대한 애정은 내게 굴하지 않는 정신과 지혜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소박함과 겸손함, 함께 노동하는 마을공동체를 통해 연대하는

마음과 관용을 잊어버린 적 없습니다 그들이 애정을 갖고 있는 땅

그들이 종종 고개 들어 바라보는 하늘과 별들은 나의 신입니다

자연이 나의 신이요 나무들은 나의 신전이고 숲은 대성당입니다

 나는 저녁 밀밭에서 메추라기 협주곡을 들으며 자연의 교향곡

 속에 녹아들게 할 것입니다 내 남은 생애를

 

                                                 * 네델란드의 환경저널리스트 프래드 매치와 나눈 고르바초프의

      이 이야기는 Resurgence 184호에 실려 있으며 김정현 번역으로

           <녹색평론> 68호에 옮겨 실렸다.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오의 바늘 / 신달자  (0) 2014.03.30
손에 대한 예의 / 정호승  (0) 2014.03.28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0) 2014.03.26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 / 황동규  (0) 2014.03.24
사리(舍利) / 신달자  (0) 2014.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