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 / 황동규

윤소천 2014. 3. 24. 06:31

     

 

 

 

 

내 그대에게 해주려는 것은

 

꽃꽂이도 

 

벽에 그림 달기도 아니고

 

사랑 얘기 같은 건 더더욱 아니고

 

그대 모르는 새에 해치우는

 

그냥 설거지일 뿐.

 

얼굴 붉은 사과 두알

 

식탁에 얌전히 앉혀두고

 

간장병과 기름병을 치우고

 

수돗물을 시원스레 틀어놓고

 

마음보다 더 시원하게,

 

접시와 컵, 수저와 잔들을

 

프라이팬을

 

물비누로 하나씩 정갈하게 씻는 것.

 

겨울 비 잠시 그친 틈을 타

 

바다 쪽을 향해 우윳빛 창 조금 열어놓고,

 

우리 모르는 새

 

언덕 새파래지고

 

우리 모르는 새

 

저 샛노란 유채꽃

 

땅의 가슴 간지르기 시작했음을 알아내는 것,

 

이국異國 햇빛 속에서 겁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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