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신발정리 / 정호승

윤소천 2014. 3. 8. 06:30

 

 

 

 

당신 떠난 지 언제인데

 

아직 신발 정리를 못했구나

 

창 너머 개나리는 또 피는데

 

당신이 신고 가리라 믿었던 신발만 남아

 

오늘은 식구들과 강가에 나가

 

당신의 모든 신발을 태운다

 

당신이 돌아다닌 길을 모두 태운다

 

푸른 강물의 물결 위로

 

신발 타는 검은 연기가 잠시 머무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그날 당신이 떠나던 날

 

당신을 만나러 조문객들이 자꾸 몰려오던 날

 

나는 문간에서

 

이리저리 흩어지고 뒤집힌 그들의 구두를 정리했다

 

이제 산 자의 신발을 정리하는 일과

 

죽은 자의 신발을 정리하는 일이

 

무엇이 다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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