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나는 눈을 감고 밥을 먹는다
눈을 감고 세상을 보고
눈을 감으면 씹는 밥알 한 알의 맛이
더 깊어지고
현란하게 채색된 세상이
한 장 수묵빛 그림이 되고
그 그림 위로 소슬한 바람 불어
하얗게 지워진다
눈을 감으면 떠돌던 내가
내안에 들어오고
온 세상 소요도 잠잠히 잦아들고
내 안의 물결치던 크고 작은 이랑들이
하나로 모여 허공을 만들고
출렁이던 가슴 서서히 가라앉고
텅 빈 허공이 어머니의 자궁처럼 아늑해진다
아직 내가 이곳에 살이 있음이 눈부시고
죽음 같은 고독이 꽃잎인 양 향기로워진다
눈을 감는 것은
내가 살아있음을 더욱 깊이 확인하고
깨닫고 사랑하기 위해서다
눈을 감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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