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꽃다지 / 도종환

윤소천 2014. 2. 9. 21:11

 

 

 

바람 한 줄기에도 살이 떨리는

 

이 하늘 아래 오직 나 혼자뿐이라고

 

내가 이 세상에 나왔을 때

 

나는 생각했습니다

 

 

 

처음 돋는 풀 한 포기보다 소중히 여겨지지 않고

 

민들레만큼도 화려하지 못하여

 

나는 흙바람 속에 조용히

 

내 몸을 접어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당신을 안 뒤부터는

 

지나가는 당신의 그림자에

 

몸을 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했고

 

건넛산 언덕에 살구꽃들이

 

당신을 향해 피는 것까지도 즐거워했습니다

 

 

 

내 마음은 이제 열을 지어

 

보아주지 않는 당신 가까이 왔습니다

 

당신이 결코 마르지 않는 샘물로 흘러오리라 믿으며

 

다만 내가 당신의 무엇이 될까만을 생각했습니다

 

 

 

나는 아직도 당신에게 이름이 없는 꽃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너무도 가까이 계심을 고마워하는

 

당신으로 인해 피어있는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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