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달이 빈 방으로 / 최하림

윤소천 2014. 11. 20. 17:37

 

 

달이 빈 방으로

 

 


 

 

달이 빈 방으로 넘어와

누추한 생애를 속속들이 비춥니다

그리고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속옷처럼

개켜서 횃대에 겁니다

가는 실밥도 역력히 보입니다

대쪽 같은 임강빈 선생님이

죄 많다고 말씀하시고, 누가 엿들을라

막 뒤로 숨는 모습도 보입니다

죄 많다고 고백하는 이들의 부끄러운 얼굴이

겨울바람처럼 우우우우 대숲으로

빠져나가는 정경이 보입니다

모든 진상이 너무도 명백합니다

나는 눈을 감을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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