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빈 방으로
달이 빈 방으로 넘어와
누추한 생애를 속속들이 비춥니다
그리고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속옷처럼
개켜서 횃대에 겁니다
가는 실밥도 역력히 보입니다
대쪽 같은 임강빈 선생님이
죄 많다고 말씀하시고, 누가 엿들을라
막 뒤로 숨는 모습도 보입니다
죄 많다고 고백하는 이들의 부끄러운 얼굴이
겨울바람처럼 우우우우 대숲으로
빠져나가는 정경이 보입니다
모든 진상이 너무도 명백합니다
나는 눈을 감을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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