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밝은 날에
신령님.
처음 내 마음은
수천만 마리
노고지리 우는 날의 아지랑이 같았습니다.
번쩍이는 비늘을 단 고기들이 헤엄치는
초록의 강 물결
어우러져 날으는 아기구름 같았습니다.
신령님.
그러나 그의 모습으로
어느 날 당신이 내게 오셨을 때
나는 미친 회오리바람이 되었습니다.
쏟아져 내리는 벼랑의 폭포,
쏟아져 내리는 소낙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신령님
바닷물이 작은 여울을 마시듯이
당신은 다시 그를 데려가고
그 훠-ㄴ한 내 마음에
마지막 타는 저녁노을을 두셨습니다.
그리고는 또 기인 밤을 두셨습니다.
신령님.
그리하여 또 한 번 내 위에 밝은 날
이제
산골에 피어나는 도라지꽃 같은
내 마음의 빛깔은 당신의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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