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저물 무렵 / 강은교

윤소천 2014. 11. 17. 05:46

 

 

저물 무렵

 

 

 

   


 

 

저물 무렵 네가 돌아왔다

서쪽 하늘이 열리고

큰 무덤이 보이고

떠나가는 몇 마리의 새

식구들은 다시 안심한다

   

곧 이불을 펴리라

지난해를 다 바쳐 마련한

삼베이불이

곳곳에서 펴지리라

   

나는 헌옷을 벗고

낡은 피는 수챗구멍에 버린다

곁눈질로 우는 피의 기쁨

뒤뜰에선 오랜만에

꽃잎 떨어지는 소리

   

마지막 꽃잎도 떨어지고 나면

더 무엇이 살아서 떨어지겠는가

   

서쪽 하늘이 열리고

네가 돌아왔다

살아있는 것 모두

물이 되도록

물 끝에 거품으로 일 때까지

성실한 너는 또다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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