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구상무상(具常無常) / 구 상

윤소천 2025. 1. 12. 10:16

 

 

이제 세월처럼 흘러가는

남의 세상 속에서

가쁘던 숨결은 식어가고

뉘우침마저 희미해가는 가슴.

   

나보다 진해진 그림자를

밟고 서면

꿈결 속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이

그저 심심해 서 있으면

헤어진 호주머니 구멍으로부터

바람과 추억이 새어나가고

꽁초도 사랑도 흘러나가고

무엇도 무엇도 떨어져버리면

   

나를 취하게 할 아편도 술도 없어

홀로 깨어 있노라.

아무렇지도 않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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