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오 도(午禱) / 구 상

윤소천 2014. 10. 16. 08:54

 

 

오 도 (午禱)

 

 

 


 

 

저 허공(虛空)과 나 사이 무명(無明)의 장막을 거두어주오.

이 땅 위의 모든 경계선(境界線)과 철망과 담장을 거두어주오.

사람들의 미움과 탐욕과 차별지(差別智)를 거두어주오.

나와 저들의 체념(諦念)과 절망을 거주어주오.

 

소생케 해주오. 나에게 놀람과 눈물과 기도를,

소생케 해주오. 죽은 모든 이들의 꿈과 사랑을,

소생케 해주오. 인공이 빚어낸 자연의 모든 파상(破傷)을,

 

그리고 허락하오. 저 바위에게 말을,

이 바람에게 모습을,

오오, 나에게 순수의 발광체(發光體)로

영생(永生)할 것을 허락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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