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독락(獨樂)의 장(章) / 구 상

윤소천 2014. 10. 10. 07:11

 

 

 

독락(獨樂)의 장(章)

 

  


 


애들아, 내가 노니는 여기를

매화(梅花) 옛등걸에

까치집이라 하자.

 

뉘들은 나를 환희(幻戱)에 산다고

기껏 웃어 주지만

나에게는 어느 영웅(英雄)보다도

에누리 없는 사연이 있다.

 

이제 나도 세월도

서로 무심해지고

눈 아래 일렁이는 세파(世波)도

생사(生死)의 소음(騷音)도

설월(雪月)같은 은은(殷殷)속에

화해(和解)된 유정(有情)!

 

애들아!

박명(薄明), 저 가지에 걸치는 요광(饒光)과

황혼(黃昏)의 정숙(靜淑)을 생식(生息)하면서

 

운명(運命)을 정서(情緖)로 응감(應感)시킨

내사 갖는 이 즐거움이야

늬들은 모르지.

 

도도(陶陶)한 이 아품을

늬들은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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