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나 / 구 상

윤소천 2014. 10. 12. 06:57

 

 

 


 


내 안에 사지(四肢)를 버둥거리는

어린애들처럼

크고 작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의 뿌리

그보다도

 

미닫이에 밤 그림자같이

꼬리를 휘젓는 육근(六根)이나 칠죄(七罪)의

심해어(深海魚)보다도

 

옹기굴 속 무명(無明)을 지나

원죄(原罪)와 업보(業報)의 마당에

널려있는 우주진(宇宙塵)보다도

 

또다시 거품으로 녹아 흐르고

마른 풀같이 바삭거리는

원초(原初)와 시간의 지층을 빠져나가서

사막에 치솟는 샘물과

빙하(氷河)의 구열(龜裂), 오오 입자(粒子)의 파열(破裂)!

그보다도

광막(廣漠)한 우주 안에

좁쌀알보다, 작게 떠 있는

지구보다도

 

억조광년(億兆光年)의 별빛을 넘은

허막(虛漠)의 바다에

충만해 있는 에테르보다도

 

그 충만이 주는 구유(具有)보다도

그 반대의 허무(虛無)보다도

미지(未知)의 죽음보다도

 

보다 더 큰

우주 안의 소리 없는 절규!

영원을 안으로 품는 방대(尨大)!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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