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내 안에 사지(四肢)를 버둥거리는
어린애들처럼
크고 작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의 뿌리
그보다도
미닫이에 밤 그림자같이
꼬리를 휘젓는 육근(六根)이나 칠죄(七罪)의
심해어(深海魚)보다도
옹기굴 속 무명(無明)을 지나
원죄(原罪)와 업보(業報)의 마당에
널려있는 우주진(宇宙塵)보다도
또다시 거품으로 녹아 흐르고
마른 풀같이 바삭거리는
원초(原初)와 시간의 지층을 빠져나가서
사막에 치솟는 샘물과
빙하(氷河)의 구열(龜裂), 오오 입자(粒子)의 파열(破裂)!
그보다도
광막(廣漠)한 우주 안에
좁쌀알보다, 작게 떠 있는
지구보다도
억조광년(億兆光年)의 별빛을 넘은
허막(虛漠)의 바다에
충만해 있는 에테르보다도
그 충만이 주는 구유(具有)보다도
그 반대의 허무(虛無)보다도
미지(未知)의 죽음보다도
보다 더 큰
우주 안의 소리 없는 절규!
영원을 안으로 품는 방대(尨大)!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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