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百蓮) / 구 상
내 가슴 무너진 터전에 쥐도 새도 모르게 솟아난 백련 한 떨기 사막인 듯 메마른 나의 마음에다 어쩌자고 꽃망울 맺어 놓고야 이제 더 피울래야 피울 길 없는 백련 한 송이 왼밤 내 꼬박 새어 지켜도 너를 가리울 담장은 없고 선머슴들이 너를 꺽어 간다손 나는 냉가슴 앓는 벙어리 될 뿐 오가는 길손들이 너를 탐내 송두리째 떠간다 한 들 막을래야 막을 길 없는 내 마음의 망울진 백련 한 송이 차라리 솟지나 않았던들 세상없는 꽃에도 무심한 것을 너를 가깝게 멀리 바랠 때 마다 퉁퉁 부어오르는 영혼의 눈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