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수상 29

내가 사는 지옥에 부처가 있을까 / 백성호

# 풍경 1 : 불교학과 교수가 물었습니다.“지옥에는 부처가 있는가?” 학생들은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저마다 답을 냅니다. “없다. 부처는 당연히 극락에 있어야지”“있다. 지옥에 있는 중생을 구하려면 부처가 지옥에도 있어야지.” 그리스도교식으로 바꾸면 이렇게 됩니다.“지옥에도 그리스도가 있는가?” 그럼 답을 할 겁니다. “천만에, 그리스도는 천국에만 있다. 지옥에도 있다는 건 신성모독이다.”아니면 이런 답이 나올까요. “지옥에는 그리스도가 없지만, 연옥에는 그리스도가 있다. 그래야 그들을 구원할 테니.” 그도 아니면 이건 어떤가요.“지옥도, 천국도 그리스도안에 있다. 세상 만물이 그리스도 안에 있으니까.” # 풍경 2 : 운문(雲門.864~949)선사는 중국의 고승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日日是好日)’..

밥보다 더 소중한 꽃 한 송이 / 정호승

시인도 시를 쓰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제 경우엔 시 청탁을 받았을 때 가장 쓰기 싫어집니다. 그것도 축시나 기념시를 청탁받았을 땐 더 쓰기 싫어집니다. 그리고 시를 쓸 마음이 눈곱만치도 없는데 문예지에서 청탁을 받았을 땐 더더욱 싫어집니다. 문예지에서 시인에게 시를 청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시인은 시를 청탁받는 일이 가장 영광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게 그렇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청탁해 주는 편집자가 고마워 시를 쓰겠다고 말해 버리고 나면 그 순간부터 시가 쓰기 싫어져 몸부림을 칩니다. 어디 멀리 도망갈 데가 있으면 도망가 버리고 싶어집니다. 시에 대해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인데 청탁을 수락했다고 해서 시가 써질 리 만무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한 한 청탁을 받기 전에 미..

과학의 빅뱅, 종교의 빅뱅 / 백성호

태초에 빅뱅이 있었습니다. 엄청난 대폭발이 있었고, 그로 인해 세상에 온갖 원소와 물질이 생겨났습니다. 그들은 또 숱하게 충돌하며 화학적 결합을 거듭한 끝에 별이 탄생했습니다. 그 별들이 충돌하고, 부서지고, 다시 뭉치며 지구가 생겼습니다. 다시 엄청난 시간이 흘러 생명이 나왔습니다. 그 생명이 진화를 거듭한 끝에 인간이 등장했습니다. 여기에 약 138억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 끝자락에 여러분과 제가 이렇게 숨을 쉬며 서 있습니다. 이게 우주의 역사입니다. 빅뱅은 과학자들의 출발선입니다. 빅뱅에서 모든 게 뿜어져 나왔고, 그로 인해 이 거대한 우주가 펼쳐졌으니까요. 과학자들을 만나면 저는 가끔 묻습니다.“그럼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나요?” 과학자들은 고개를 가로젓습니다.“만약‘빅뱅 이전’이라는 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