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 3

가슴만 남은 솟대, 책 머리에 / 윤소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랑은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우리는 이 사랑의 힘으로 모든 어려움과 죽음까지도 이겨낼 수 있다. 지나온 길 돌아보면, 꿈결처럼 아득해 아직도 가슴이 먹먹해 온다. 서리맞아 희끗한 머리카락, 어느새 반생을 훌쩍 넘어 종심從心에 서 있다. 사유思惟에 눈뜨던 시절, 무지와 오욕의 늪을 헤매던 여름 골짜기, 어두운 밤길 별빛만 바라보고 숨이 턱에 차 걷던 고갯길들, 늦가을 무서리에자지러진 산마루는 바람마저 드세었다.그리고 한겨울 눈 내리고 내려, 잠 속에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는 유년의 기억마저 잊게 했다.  먼 길 돌아와, 이제 봄이 오는 길목에 바람 잔 들길, 자연에 몸을 맡기고 침묵의 겨울을 지나면, 나도 모르게 개안開眼한 내가 봄의길목에 서 있다.  내 책상 위에..

소천의 수필 07:28:34

화광동진(和光同塵)의 무등산(無等山) / 윤소천

눈 쌓인 무등산無等山바람 잔 산정山頂 성스러운 설봉雪峯! 선정禪定의 정경情景이여!​천왕봉 원효봉 서석대 입석대안고 선 무등無等어머니 품처럼 깊고 포근하다무등無等의 무애無㝵를 넘어한길로 맑게 트인 하늘저녁 노을이 곱다 지난 가을 산마루무서리에 자지러진 나목裸木차가운 눈은 내리고 내리고꽃샘추위에 유년의 기억기다림마저 잊은 봄​먼 길 돌아와무상無常을 넘어서 서이제 바람 잔 들녘찬연粲然한 햇살에눈부시어 눈 비비며맞는 새봄 화엄華嚴 열리는화광동진和光同塵의 새 아침우리부활復活의 화관花冠 쓰고사랑으로 피어나자.

읽고 싶은 시 2025.03.10

서로 사랑한다는 것 / 이정하

​당신은 아는가그를 위하여 기도할 각오없이 사랑한다는 것은 애당초 잘못된 시작이라는 것을 ​당신은 아는가이 컴컴한 어둠속에내가 그냥 있겠다는 것은내 너를 안고 그 모두를 기억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당신은 아는가상처받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사랑하기 위해 상처 받는다는 것을​당신은 아는가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한 쪽이 다른 쪽을자신이 색깔로 물들여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당신을 아는가그리하여 사랑은 자기 것을 온전히 줌으로써비워지는게 아니라 도리어 완성된다는 것을

읽고 싶은 시 2025.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