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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 이외수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서늘한 기운에 옷깃을 여미며고즈넉한 찻집에 앉아화려하지 않은 코스모스 처럼풋풋한 가을 향기가어울리는 그런 사람이 그립다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차 한 잔을 마주하며말없이 눈빛만 바라보아도행복의 미소가 절로 샘솟는 사람가을날 맑은 하늘빛 처럼그윽한 향기가 전해지는 사람이 그립다 ​찻잔 속에 향기가 녹아 들어그윽한 향기를오래도록 느끼고 싶은 사람가을엔 그런 사람이 그리워진다 ​산등성이의 은빛 억새처럼초라하지 않으면서 기품이 있는겉보다는 속이 아름다운 사람가을엔 억새처럼 출렁이는은빛 향기를 가슴에 품어 보련다  [출처]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 이외수 |작성자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4.09.20

인생 수업료 / 윤소천

사십대 초반, 나는 사업을 하다 나라의 금융위기와 맞물려 실패를 보았다. 실업자가 되어 마음 둘 곳이 없어 기원을 찾았다. 이곳에서 대학시절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심한 고초를 겪고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택시 운전사가 된 후배를 만났다. 동변상련同病相憐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가 사정이 있는 날이면 내가 대신 땜빵 운전을 해주었다. 처음에는 아는 이를 만날까 두려워 모자를 깊이 눌러썼는데, 몇 번 하다 보니 익숙해지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었다. 하루 이십 여명의 승객이 타고 내리는데,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람 사는 저마다 모습이 보였다.그러자 일에 흥미가 생기면서 신기하게도 불면으로 깊어진 우울증이 말끔히 나았다. 이후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는데, 길의 노숙인과 길가 노점에서 푸성귀를 파는 할머니의 모습들..

소천의 수필 2024.09.18

달빛 기도 / 이해인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내좀 더 환해지기를​모난 미움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하늘보다 내 마음에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출처] 달빛 기도/이해인, 작성자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4.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