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탈 출 / 전석홍

윤소천 2023. 11. 9. 10:02

 

 

 

 

나는 듣는다

하늘땅 바람서리 헤쳐 온

선인의 은밀한 속삭임을

 

나도 모르게 옭아매고 있는

관습의 쇠사슬을 끊어 내라한다

어서 자율의 몸이 되라고

 

흘러간 강물이 남겨 놓은

퇴적물 속에 파뭍혀 있지 말라한다

새 물은 끊임없이 흘러가노니

 

땀방울로 쌓아 올린 작은 돌탑 안에

오래 머물러 있지 말라한다

성취탑은 한낱 이정표일 뿐이거니

 

아품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

상처의 어두운 골목에 갇혀

해와 달 허투루 보내지 말라한다

 

폭삭한 안락의자 편안에 잠겨서

나를 잊은 채

가야할 길 멈춰 서지 말라한다

새 창문을 찾아 나아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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