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너무 먼 먼 당신 / 김용택

윤소천 2023. 9. 23. 13:07

 

 

초승달 저녁 하늘에 걸리고

풀벌레가 밤을 새워 웁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너무 멀고

저렇게 생각하면 당신은 내게 너무 무겁습니다

금새 질 달 보며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 강에 쉼 없이 흐르는

물이고 싶습니다

당신의 산과 들에 내리는

비이고 싶습니다

당신의 바짓가랑이를 적시는

나는 아침 이슬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는

당신의 마음 가장자리에 앉는 

눈송이이고 싶습니다

당신이 가시는 길 앞에 달빛이고 싶고

잠든 당신의 곁에 머무는 바람이고 싶고

물가에 앉아 물 보는 당신의 그 마음을 거드는 나는

잔 물결이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나의 세상에 당신을 가두고

당신의 세상에 내가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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