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 저녁 하늘에 걸리고
풀벌레가 밤을 새워 웁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너무 멀고
저렇게 생각하면 당신은 내게 너무 무겁습니다
금새 질 달 보며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 강에 쉼 없이 흐르는
물이고 싶습니다
당신의 산과 들에 내리는
비이고 싶습니다
당신의 바짓가랑이를 적시는
나는 아침 이슬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는
당신의 마음 가장자리에 앉는
눈송이이고 싶습니다
당신이 가시는 길 앞에 달빛이고 싶고
잠든 당신의 곁에 머무는 바람이고 싶고
물가에 앉아 물 보는 당신의 그 마음을 거드는 나는
잔 물결이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나의 세상에 당신을 가두고
당신의 세상에 내가 살고 싶습니다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석날 아침에 / 황금찬 (0) | 2023.09.30 |
---|---|
가을 집짓기 / 홍윤숙 (0) | 2023.09.26 |
고요한 마음 / 이해인 (0) | 2023.09.18 |
수선화를 기다리며 / 정호승 (0) | 2023.09.16 |
어린 낙타 / 나태주 (0) | 2023.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