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수선화를 기다리며 / 정호승

윤소천 2023. 9. 16. 09:17

 

 

 


수선화가 피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겨우내 불을 켜두고

문을 열어둔 채 너무 멀리 나왔다

수선화의 연노란 향기가

수의처럼 나를 감싸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 불을 꺼야 한다

대문을 닫고

우물을 파묻고

고요히 홀로

수선화의 뿌리 속으로 걸어들어가

아름다운 인간의 구근이 되어

기다려도 오지않는 봄을 또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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