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바람이 발자국을 내며 / 김정희

윤소천 2022. 7. 31. 05:55

 

 

 

나뭇가지 사이

바람이 물결무늬를 찍는다

발자국은 나이테를 그린다

먹감나무 아래 멈추어 서서

살아온 세월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잠시 숨을 멈추고 돌아보면

날줄 씨줄

연초록 봄의 양탄자가 눈부시다

가지마다 탄력있게 매달려

눈뜨는 봄, 불길 같았다

 

불길 앞에서 손을 녹인다

밤이면 안부를 묻던 별들이

바람의 발자국 사이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봄날에는

바람의 발자국 사이에서

별과 꽃들이 복사된다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귀정 가는 길 / 김정희  (0) 2022.08.08
바람의 진화 / 김정희  (0) 2022.08.03
시간의 풍경 / 김정희  (0) 2022.07.28
겨울 숲에서 / 김정희  (0) 2022.07.25
인생의 선물 / 사무엘 울만  (0) 2022.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