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었을까
습향각 연꽃들은 향기를 가두고
초승달의 쓸쓸한 기울기를
별 하나가 받들고 있다
황룡강 강줄기 따라
꼬리를 물던 바람에
묵암정사 푸른 대숲은
울음을 감추고 맞닿은 어깨를
바둥바둥 부여 잡는다
만귀정 배롱나무 꽃잎은
노을빛으로 지는데
숲 사이 벌레들의 집이 무사한지
저녁 안개 떠도는 세 개의 섬
눈물 아롱지는 취석(醉石)을 지나
상사화처럼 붉어진 마음으로
성석(醒石)을 밟는다
사는 일에 틈새가 성글어져
까닭모를 슬픔에
그대 부재중이고 싶을 때
너무 늦지 않게
한 번은 만귀정(晩歸亭)으로 돌아오라
옛 사람 그리운 목소리
가슴에 별 하나 긋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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